선, 생명을 향하다
장수의 (미술비평, 기획)


장준호 개인전
< 가장 완벽한 선 >
2021.01.09 - 01.31
영은미술관

   이번 전시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공간을 수놓은 선이다. 유려하게 뻗어나가는 나무줄기는 수평과 수직 혹은 대각선으로 벽, 바닥, 천장에 길게 이어진다. 하나의 선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개의 선이 만나 면을 이루고 보는 시선의 위치에 따라 이차원과 삼차원을 오고간다. 사실 선은 시각 예술의 영역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작가의 주제를 표현하는 도구 혹은 작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장준호의 선은 자신의 작업에서 무엇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그의 작업은 주로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당연히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주변의 사물들을 관찰하고, 눈에 보이는 대상 너머에 있는 것들을 지각하고자 한다. 그의 기존 작업들은 재개발 후 버려지고 남겨진 도시의 대상물들을 변형하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오브제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창고에 자리 잡은 그의 초기작 < 공간: colonne du fini >(2015)은 망으로 만들어진 쥐덫을 반복적으로 쌓아올린 작업으로 취약한 소재인 망으로 구축된 이 구조물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 더 이상 기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모순적인 구조물은 내부에서부터 빛을 내뿜으며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작가는 반복과 조합이라는 일련의 행위들을 통해 도시가 가진 속성과 그 속의 개별 존재들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가장 완벽한 선 The perfect line》에서 작가는 자연물로 시선을 돌린다. 새로운 작업실이 자리한 산에서 우연히 발견한 잘려진 나무들은 쓸모를 다 하고 버려진 도시의 사물들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작가는 버려진 나무가 가진 생명력에 주목한다. 2020년, 쉼 없이 달리던 세계는 사상 초유의 팬데믹으로 잠시 멈추게 된다. 타의적인 멈춤은 모순적이게도 자연에게 치유의 시간을 주었다.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모든 것들이 멈춘 후의 자연에서 생명을 마주하게 된다. 사라졌던 동물들이 돌아오고 물은 다시 본연의 색을 되찾았다. 자연은 스스로 ‘완벽함’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자연의 흐름 그대로 만들어낸 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선이다. < 완벽한 육면체 >(2020)와 < 4개의 점을 위한 6개의 선 >(2020)에서 작가가 구현한 가장 완벽한 도형은 치밀하게 계산된 수학적 황금비율이 아니라 바로 각각의 ‘완벽한 선’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나무는 태어나면서부터 계속 나이테를 입어가며 죽음으로 향한다. 작가는 이러한 나무의 겉면을 깎아내고 그 껍질들을 다시 쌓아올리거나 깎은 여러 개의 선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오브제를 만든다. 깎아내는 행위는 나무의 시간을 역행한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행위는 결과적으로 오브제에 생명력을 부여하며 삶을 순환시킨다. 이처럼 작가는 영구적이지 않은 소재를 선택하지만 자신의 흔적을 덧입혀 시간의 영속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시간성에 대한 작가의 또 다른 생각은 전시 공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가 만들어낸 공간과 관객이 체험하는 시간성에 대해서는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현상학적 반응을 유추할 수 있다. 관객들은 쌍으로 이루어진 두 작업 < 맞닿은 2개의 선Ⅰ >(2020)과 < 맞닿은 2개의 선Ⅱ >(2020)을 어느 각도에서든 볼 수 있다. 작품을 보기 위해 몸을 움직일 때 마다 보이는 선과 그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형태가 달라진다. 천장에서 길게 내려뜨린 < 맞닿은 두 개의 선Ⅱ >(2020)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움직임에도 반응하며 진동한다. 관객들은 전시 공간의 빛과 공기 그리고 각각의 선들이 만들어 내는 파동을 온몸으로 느끼며 작품의 일부가 되고 그 공간과 하나가 되어 자신과 세계를 체험한다. 여기에서 시간과 공간은 유동적으로 흘러가는데 이를 결정하는 사람은 바로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 자신이 된다.
   작가의 이번 작업들은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 작가 주세페 페노네(Giuseppe Penone)의 작업들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장준호가 보여주는 선들은 자연으로의 회귀나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세계와 개별 존재들 간의 관계성을 일깨우는 제시물에 가깝다. 세상이 잠시 멈춘 이때 《가장 완벽한 선 The perfect line》을 통해 인간이 느끼는 시간성과 세계와 나의 관계성을 떠올리면서 머지않아 작가가 재발견한 사물들이 또 어떠한 방식으로 그것들을 보여줄지 새로운 제안을 기대해본다.

2021.1
Line, Towards Life
Jang, Sueui (Art Critic)


Solo Exhibition
< The perfect line >
2021.01.09 - 01.31
Youngeun Mueum of Contemporary Art

   Lines embroidering the space are outstanding in this exhibition. The branches that gracefully extend outward continue horizontally, vertically, or diagonally along the walls, floors, and ceilings. They sometimes exist as single line or form a plane by connecting several lines. It becomes 2-dimension or 3-dimension interchangeably depending on the position of the viewer's gaze. In fact, lines are used as a tool to express an artist's theme or as an element that reveals an artist's identity in the realm of visual art, both East and West. Then, what do lines exist in the works of Junho Jang?
   His works started from mainly looking around himself. Junho Jang observes surrounding objects that are taken for granted and tries to perceive things over visible objects. His previous works were mainly produced by creating new objects by transforming and recombining urban objects that had been abandoned after redevelopment. His early work (2015), placed in a warehouse, is created by repeatedly stacking mousetraps made of nets. This structure is constructed with the net, which is a fragile material. As a result, regardless of its name, it cannot serve the role of a column any longer. However, this contradictory structure shows another possibility while emitting light from the inside. Like this, he tried to express the attributes of the city and the individual beings within it through a series of acts, so-called repetition and combination.
   In 《The perfect line》, Jun-ho Jang turns his gaze to natural objects. The cut trees accidentally found on the mountain where the new studio is located are not different from the objects in the city that have been abandoned after they have run out of use. However, He pays attention to the vitality of abandoned trees. The world that has been running without a break will stop for a while in 2020 due to the unprecedented pandemic. Paradoxically, the unintentional stop gave nature time to heal. Junho Jang faces life in nature after everything has stopped after the onset of the COVID-19 pandemic. Animals that had disappeared returned and the water regained its original color. Nature is to return to 'perfection' by itself. Creating as it is in the flow of nature is the line that he wants to show. In (2020) and (2020), the most perfect figure materialized by the artist is created by the combination of 'perfect lines', not by a meticulously calculated mathematical golden ratio.
   A tree heads fordeath while continuously increasing annual rings from birth. Junho Jang carves out the bark of the tree and piles it up again. Alternatively, he creates a new objet by combining several cut lines. The act of peeling reverses the time of the tree. However, this act eventually gives vitality to the objet and circulates life, rather than simply going back to the past. As such, although the artist chooses non-permanent materials, the artist tries to show the permanence of time by adding his own traces. It is possible to peek at the artist's other thoughts on temporality from the exhibition space. It is also possible to infer the phenomenological response of Maurice Merleau-Ponty from the space created by the artist and the temporality experienced by the audience. The audience can enjoy the paired two works - (2020) and (2020) from any angle. Whenever people move to enjoy the work more carefully, they see different lines and changed shapes of shadows. (2020), which is hung down from the ceiling, vibrates in response to minute movements occurring in the space. The audience becomes a part of the work while feeling the light and air of the exhibition hall and the waves created by each line with their body. They also experience themselves and the world as they become one with space. Here, time and space flow fluidly, and the audience who enjoy the work decide this. 
   These works of 《The perfect line》 remind those of Giuseppe Penone, an Arte Povera artist. However, the lines presented by Jun-ho Jang are more like a presentation that awakens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world and individual beings, rather than showing a return to nature or communion between nature and humans. As contemplating the temporality felt by humans and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world and myself through 《The perfect line》 at a time when the world stops for a moment, I look forward to seeing how Junho Jang will show how he will present the objects that he will rediscover. 

2021. 1